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북한 핵실험과 남북한 농업협력
9482
기고자 권태진

북한 핵실험과 남북한 농업협력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지난 10월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발적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세계 각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준비 중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외적으로 조율된 조치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미 북한에 대한 수해 복구지원 물자 수송을 중단하였다. 조만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내용을 확정 발표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여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대북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은 당분간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매년 40~50만 톤의 쌀과 30~35만 톤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해 왔다. 올해도 북한은 50만 톤의 쌀과 50만 톤의 비료 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이미 35만 톤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하였으나 금년 여름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그 대신 정부는 지난 7월 발생한 북한의 수해 복구를 위해 10만 톤의 쌀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8만 9천여 톤을 수송 완료하였다. 이번 사태로 인해 비료의 무상지원과 쌀 차관은 성사되기 어렵게 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수해 복구를 위한 잔여분 쌀 지원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농업 분야 협력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당곡리 마을 개발사업, 전라북도의 이모작 및 축산협력사업, 경상남도의 장교리 통일딸기 협력사업 등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협력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농업협력사업의 취지가 북한 농업의 회생을 통하여 주민의 식량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인도적 성격을 가졌다 할지라도 현재의 상황 하에서는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민간 차원의 소규모 인도적 지원사업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진행 중인 수해복구지원은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있지만 물자 지원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 계속 추진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민의 대북 지원 성금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현재 추진 중인 사업도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한 농산물 교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농림수산물의 교역 규모가 한 때 2억 5천만 달러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1억 5천만 달러로 감소했지만 아직도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향후 북한산 농림수산물의 반입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농산물의 반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교역 규모는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이미 축소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더욱 위축될 것이므로 북한의 식량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수확기를 맞이하고 있는 북한은 자체 생산한 식량을 유통시킴으로써 내년 봄까지는 식량 수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쌀 등 시장의 곡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며 일반 주민의 기초 식량인 옥수수의 가격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도 크게 축소되거나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어 북한은 내년 봄 이후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될 것이며 이는 1990년대 중반보다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북한이 벼 수확 이후 겨울밀과 보리 10만ha 파종에 필요한 비료 소요량은 1만5천 톤(성분량) 정도로 예상되나 우리나라의 비료 지원이 없더라도 이미 확보하고 있는 비료 또는 자체 생산한 비료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북 비료지원 중단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경우, 봄 감자 파종과 벼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한 경협사업뿐만 아니라 인도적 지원사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미치겠지만 그 중에서도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남북한 협력에서 농업 분야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 지도층의 사려 깊지 못한 판단으로 인하여 북한 주민이 과거 겪었던 것보다 더욱 심한 고통을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