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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상생을 위한 영국과 일본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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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도농상생을 위한 영국과 일본의 경험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농촌 정책의 키워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이라 할 수 있다. ‘도농상생복합생활공간’, ‘5도2촌’, ‘녹색관광’, ‘전원마을 조성’,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1사1촌운동’ 등 최근에 발표된 정부의 농촌 정책은 도농상생에 기초하고 있다.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농촌을 활성화 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처럼 보인다. 앞서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영국은 두 차례의 엔클로저(울타리치기) 운동으로 소농이 몰락하고, 농촌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부터 농촌지역에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도시 근교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원격지 낙후 농촌지역에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농촌지역의 인구 증가 요인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지적한다. 영국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도시를 떠나 농촌지역에 거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적인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오랜 정책 노력으로 농촌이 도시민을 끌어들이기에 매력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영국은 1949년 국립공원과 전원지역법(National Parks and Countryside Act)에서부터 농업생산 자체가 농촌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법안에 반영되었다. 이 후 영국 농촌정책의 근간은 전원풍경과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농업활동을 하는 쪽에 두어졌다. 1987년 환경민감지역을 지정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국가와 농민과의 협약체결이 이루어 졌다. 1991년에 시작된 전원지킴이사업, 1997년 휴경대책에 참가한 농가에 환경보전 지원 사업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도시농촌계획법에 의해 농촌에서의 난개발이 제도적으로 차단될 수 있었던 것도 농촌의 전원풍경을 유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농촌에서도 개발행위를 하고자 하는 이는 1:100의 상세한 도면이 첨부된 계획서를 계획당국에 제출하고, 계획당국은 이를 심사하여 개발을 허가하는 계획허가제도(planning permission)가 실질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한편 계획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는 지역주민과 전문가, 행정당국, 기업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어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라운드 워크(ground work) 활동이다. 이처럼 영국은 정책과 제도, 그리고 현장에서의 주민활동이 삼위일체가 되어 그 들이 자랑하는 전원풍경이 유지 보전될 수 있었다.

 

일본은 1983년 환경과 어메니티를 고려한 농업농촌정비사업이 실시된 이래 ‘전원정비사업’, ‘수환경정비사업’, ‘다락논등 지역보전대책사업’, ‘농촌환경자연경관재생파이롯트사업’, ‘농촌의 살아 있는 동물조사사업’등 어메니티를 증진시키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는 수많은 단위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영국의 도시농촌계획법처럼 구속력이 강력하지 않지만 집락정비법을 만들어 농촌의 계획적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영리민간단체(NPO)에 대한 국가 직접지원제도를 활용하여 농촌개발 분야에 주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의 파트너쉽 강화를 위해 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라운드워크 사업도 도입하고 있다.

 

최근의 우리나라 농촌 정책은 교육, 홍보, 시범사업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의 책임보다는 지자체와 주민에 의한 자율기획과 자기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잘 안되는 것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성공사례 개발과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연히 물리적인 사업 보다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농촌 주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도시민의 농촌 지향의식을 북돋우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도농상생의 기본은 역시 농촌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농촌의 쾌적함은 잠깐 동안의 노력으로 달성될 수 없다. 기본이 되는 것을 오랜 세월을 두고 충실하게 다져 나갈 때 이루어 질 수 있다. 우선 농촌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해야 한다. 농촌의 토지이용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 자연 생태자원과 역사 문화 자원의 보전 또는 복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 난개발로부터 농촌의 경관을 보전할 수 있는 계획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영국 농촌의 인구 증가는 전원 보전이라는 기본 테마를 가지고 근 40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도농상생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업인 전원공간으로서의 농촌정비사업을 20년 이상 추진하고 있다.

 

두 나라의 경험을 참고하여 농촌을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점검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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