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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역 이끌어 갈 지도자 육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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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기환

농촌 지역 이끌어 갈 지도자 육성 시급

 


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급격한 농촌인구 감소와 함께 농촌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의 고갈현상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 지도자들이 6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50대의 지도자가 있거나 후계 지도자를 지니고 있는 농촌 마을은 행운이다. 농촌 지역의 지도자 고갈은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인구 이동 패턴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대도시 중심으로 발전되면서 농촌의 젊은 인구가 대도시로 이동하여 정착했기 때문에 농촌지역에 지도자 고갈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산업화는 19세기부터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젊은 인구가 마을에서 영농에 종사하면서 인근 중소도시의 비농업 분야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인력 고갈에 의한 지도자의 고갈 현상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있다.

 

교토 인근 시가현의 고라쵸(甲良町)는 13개 마을에 인구 840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규모의 기초 자치단체이지만, 1960년 이후 인구가 감소하지 않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농가 경영주가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면서 영농에 종사하는 2종 겸업농이기 때문이다. 고라쵸의 마을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 중에는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도시의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공무원, 회사의 중견 간부, 제조업체의 사원, 건축설계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마을 지도자들이 고라쵸의 마을 가꾸기 사업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기에 마을가꾸기사업이 활력있게 추진되고 있다.

 

일본도 중산간 지역은 인구 감소와 함께 지도자의 고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가노현 오가와무라(小川村)는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동북 산간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1950년대에는 21개 마을에 인구가 9500명에 달하는 제법 큰 자치단체였지만 2005년에는 인구가 3500명으로 감소했고 노령화율도 40%에 달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이 활력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촌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주민, 외부의 지도자들이 함께 ‘주민이 주체가 된 지역가꾸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지역 주민의 지도력이 취약한 오가와무라에서는 공무원들이 중심이 되어 외부로부터 이 지역에 전입한 방송드라마 작가, 대학 교수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지역산업의 진흥, 인재양성, 향토문화 창출 등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가노현의 오부세쵸(小佈施町)는 오부세도(小佈施堂)라는 지역의 양조회사가 상가연합회와 함께 지역가꾸기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지역이다. 오부세도를 중심으로 구성된 상가연합회는 전통적인 양조장 시설을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전통 건물을 이용하여 숙박과 식당시설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역의 특산물인 밤과 전통 장류의 상품화, 전통 건축물의 보존, 가로 정비,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이야기 상자 설치 등의 사업을 실시하였다. 향토기업이 중심이 된 오부세도의 지역가꾸기사업은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농교류가 활발해지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편, 야마나시현의 스다마쵸 구로모리(黑林)마을은 오지 속의 산촌마을이다. 이 지역은 1970년대에 이미 농업구조개선사업으로 농산물 유통시설, 온천 숙박시설 등을 갖추었으나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지도력 약화로 중요 시설과 많은 농지가 유휴화 되었다. 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일본의 비영리법인단체(NPO) 조직이 들어와 버려진 농지를 개간하고 유휴화한 시설을 이용하여 생산화 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의 취약한 지도력을 NPO가 대신하여 마을의 활력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사례다.

 

일본의 경우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하는 도시 근교지역의 농촌마을은 지역 주민과 지역 내의 지도자만으로도 지역가꾸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심하고 지도력이 취약한 중산간지역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향토기업, 외지로부터 전입한 지도자, NPO, 외부 전문가 및 단체 등 다양한 외부의 지도력이 주민과 합세하여 지역활성화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 지역 활성화 정책은 물적 기반 투자와 소득창출을 위한 사업투자에 중점을 둔 나머지 지역의 일꾼을 육성하는 사업에는 소홀히 대처해 온 감이 있다. 농촌 지역의 지도자 육성은 농촌 지역 활성화의 핵심 사안이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하는 도시근교 농촌 지역에서는 농외 부문에 종사하는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여 마을 발전을 위한 지도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 내부로부터 지도자를 육성하기 어려운 오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의 공무원이나 향토기업, NPO와 비정부기구(NGO), 대학 등 외부의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을 진흥시키는 등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킬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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