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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의 잔류 기준 설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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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지현

유해물질의 잔류 기준 설정 서둘러야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폐광 인근에서 생산된 농산물에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전국이 농산물 중금속 오염공포에 휩싸이게 되었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여 국민에게 유해물질의 식품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다.

 

폐광지역 44곳 가운데 9곳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에서 납과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 쌀에서 납은 국제 기준치의 32배, 카드뮴은 국내 기준치의 17배가 검출되었다. 그 밖에 조사대상에서 대두의 41%, 고구마 29%, 배추의 27%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중금속은 체내 축적성이 높아 국민 건강 측면에서 위해성 문제가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 유해물질이다.

 

 세계무역기구의 SPS(위생검역) 협정(Agreement i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은 각국의 식품위생관련 기준을 국가 간에 일치시키던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과학적 근거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의 중금속 규격도 코덱스(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규격과 비교·검토하여 국제기준을 수용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기준·규격 설정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농산물, 수산물 등 여러 가지 식품 중 중금속 함량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1999년부터 가공식품 중 중금속 규격 과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준설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식품공전상에 중금속 허용기준 설정현황을 보면 가공식품 중 당류(설탕, 시럽 등), 다류, 음료수, 인삼제품 등 일부식품에 대해서만 납, 수은 등의 중금속 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농산물은 쌀에 대해서만 카드뮴의 잔류기준이 설정되어 있을 뿐 다른 농산물과 중금속에 대해서는 기준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유해물질 중 농약은 298개 품목에 대해 잔류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나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품 중에는 식품공전상에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코덱스의 기준이나 유사식품 기준을 적용하는 품목이 많다. 그리고 시험자료 부족으로 상당수 일본의 농약잔류허용량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가 많아 우리 실정에 맞는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또한 재배면적이 적은 농작물에 사용되는 농약은 별도의 잔류기준이 충분히 설정되지 못해 문제가 발생되고 있어 기준 설정 품목확대가 절실히 요망된다.

 

 축산과 수산 양식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새로운 항생물질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잔류허용기준 설정이 적절하게 수반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기준 항생물질에 대한 잔류기준 설정 품목수가 축산물은 60여종, 수산물은 10종 미만이다.

 

 이처럼 유해물질에 대한 잔류기준 설정이 미흡한 이유는 유해물질에 대한 섭취량조사, 모니터링 등 기초연구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준 설정에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코덱스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2005년 말 중국산 김치의 납 검출 파동시 중국은 코덱스의 채소에 대한 납 기준치를 적용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그 기준도 적용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결국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국내산보다 3배 이상 검출되었지만 코덱스 잔류 허용기준치보다 적어 정부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민들에게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유해물질에 대한 잔류기준 설정은 식약청, 현지에서의 지도·감독은 농림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에서 담당하지만 기준 설정에서부터 부처간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 향후 식품안전관리를 종합적으로 책임질 식품안전처가 출범한다고 해도 현장 감독은 생산부처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유해물질 기준설정에 대한 시험·연구를 위한 전문인력과 예산은 일본, 미국 등 식품안전관리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 특히 시장개방 확대에 따라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고추, 마늘 등의 수입증대 품목에 대한 중금속 잔류허용기준 설정이 시급하다.

 

 앞으로 정부는 유해물질 기준설정과 같은 위해성 평가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국민 식탁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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