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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관점에서 본 남북 농업협력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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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관점에서 본 남북 농업협력의 방향




권태진 원장(GS&J 북한동북아연구원)




서해안을 거쳐 한반도의 허리 부분을 강타한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였다. 황해도를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링링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신문 사설은 태풍 링링으로 인한 농업부문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며, 추석을 맞아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박봉주가 황해남도 지역을 방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노동신문은 황해북도에서만 7천여 정보의 농경지에 피해가 발생하는 등 북한 전역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로 올가을 농작물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북한의 식량 사정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초 북한은 유엔주재 김성 대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긴급 식량 지원을 호소하였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올해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중 가장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136만 톤의 식량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WFP를 통해 대북 쌀 지원에 긴급하게 동참하였으나 무슨 이유인지 우리가 지원한 쌀이 아직도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다. 이는 국제관계에 비추어 매우 희귀한 일이다. 1979년 유엔총에서 결의된 인도지원 원칙에 의하면 인도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 나라는 맨 먼저 국제사회에 인도지원을 요청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올 초 북한이 국제사회에 인도지원을 요청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써 인도적 지원을 요청받은 국가나 기관은 지원을 요청한 국가의 인도적 상황을 평가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공동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한 북한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북한의 식량 상황을 파악한 뒤 평가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식량을 긴급히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전 세계에 대북 식량 지원을 호소하였다. 이에 한국 정부는 5만 톤의 국내산 쌀과 사업관리비용 1,177만 달러를 WFP에 기탁하고 북한의 취약 주민에게 전달해주도록 요청하였다. 문제는 이 이후의 단계에서 북한의 반응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WFP는 영양지원 프로그램(Nutrition Programmes), 지역사회 자산 형성을 위한 식량 지원(FFA). 긴급 식량안보 지원(Rapid Food Security Assistance)등 세 가지 사업을 통해 취약한 북한 주민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까지 총 1억 6,100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며 올 하반기에만 3,1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북한을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소극적이어서 목표로 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확보한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제때 사용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국제 사회의 선의를 북한이 정치적으로 왜곡한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국제사회의 원조를 북한이 가려서 받는다면 앞으로 국제사회는 북한 지원에 선뜻 동참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행동은 국제사회의 규범과는 괴리되어 있다. 올해 일어난 사건은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협력 과정에서 발행한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1995년 북한에 심각한 식량난이 발생한 이후 국제사회는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하였으나 미심쩍은 북한의 태도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발 협력이나 경협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OECD DAC(경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는 개발 협력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적절성(Relevance), 효율성(Efficiency), 효과성(Effectiveness), 영향력(Impact),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5대 핵심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덧붙여 성 평등 및 환경에 대한 평가를 범 분야 이슈(Cross-cutting Issues)로 다루고 있다(그림 1).


그림 1 . OECD/DAC의 사업평가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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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 지표를 확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1). 계획 및 사업수행 단계에서는 적절성, 효율성, 효과성이 강조되지만, 사업의 결과에 대해 평가할 때는 영향력과 지속가능성이 좀 더 강조된다. 범 분야 이슈인 성 평등과 환경에 대한 평가는 사업계획 단계부터 실행, 사업 종료 이후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추구되어야 할 과제이다



1. OECD/DAC의 세부 평가 항목




남북한 사이의 농업협력은 1989년 교역이 재개되면서 서서히 발전하다가 1995년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으면서 급속히 확대되었다. 농업협력 가운데는 식량 지원과 같이 인도적 성격이 짙은 분야가 있는가 하면 기술교류와 농자재 지원, 농업 및 농촌개발 등과 같은 개발 협력, 교역이나 농업 분야 투자 같은 경협 사업 등 다양한 종류의 협력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7년까지 남북한 사이에는 여러 종류의 협력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었다. 협력의 종류에 따라 참여 추제가 다르나 협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협력의 결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남북농업협력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향후 농업협력을 재개할 때 지금까지 경험했던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농업협력의 적절성 측면에서는 다른 평가 기준보다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 형성 및 계획 과정에서 북한이 원하는 사업이 발굴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강점을 가지는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다만 농업협력의 초기 단계에서 북한은 자신의 사업환경을 고려치 않고 첨담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하게 요청함으로써 상호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한동안 갈등이 빚어졌으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둘째, 효율성 측면에서 지금까지 추진된 남북 농업협력은 후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효율성이 낮은 이유는 남북한 사이의 정치적 대립이라는 특수성과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 과정은 효율성이 매우 낮았다. 남북이 서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협의를 위해 중국에서 만나야 한다든지 협의에 참여하는 북한 대표가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갖치 못해 협의 진행이 매우 더디거나 협의를 하고서도 번복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사업 기간과 추진 일정을 사전에 정해 놓고는 있지만,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북한이 현장 방문을 허락하지 않거나 물자를 제때 반출할 수 없어 시의적절하게 협력을 진행할 수 없었던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기 때문에 적기를 놓치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기 어려우며 때에 따라서는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남북 농업협력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추진됨에도 불구하고 효과성은 높다고 판단된다. 시간이 지체되기는 하지만 계획했던 산출물이 대부분 달성되고, 산출물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는 남북농업협력에 참여하는 주체가 적극적이며, 사업에 대한 집중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필지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남북한 사이의 협력은 다른 어떠한 국제협력보다도 적극적인 자세로 사업이 추진되었으며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 간 호흡이 잘 맞으면 놀랄 정도로 효율성이 높았다. 북한은 다른 어떤 나라 보다도 주인의식(Ownership)이 강하고 자긍심이 높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업에 참여한 북측 관계자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북한의 제도적 환경도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넷째, 남북 농업협력은 영향력 측면에서 성과가 제한적이다. 이는 북한 사회의 제체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사회의 특성상 계획에 의해 사업이 추진되며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사업의 우선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기대 효과가 낮거나 영향력이 낮은 사업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의 성과가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주변 지역과 키 높이를 맞추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영향력이 반감되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다섯째, 남북 농업협력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사업 추진과정과 결과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할지라도 일단 사업이 완료되면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행정, 재정 및 기술적 한계로 말미암아 사업의 결과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농업을 둘러싼 인프라의 부족과 빈번한 자연재해는 사업결과의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는 비단 남북한 사이의 농업협력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추진되는 거의 모든 협력사업이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섯째, 범 분야 이슈 중 환경에 대한 고려는 점차 중요하게 취급되었으나 성 평등에 대한 고려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않았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범 분야 이슈는 남북 농업협력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은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남북 농업협력에서는 환경 문제를 더욱 비중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지금까지 추진된 남북 농업협력에 대해 OECDDAC의 평가 기준을 중심으로 필자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었다. 그러나 농업협력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의 성격에 따라 평가 기준이나 비중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추진된 남북한 사이의 농업협력은 인도적 지원보다는 개발협력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고, 과거와는 달리 경협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 측면과 시장환경에 대한 고려가 더욱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농업협력이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보다는 점차 농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으로 옮아가고 있다. 즉, 수혜대상자는 농업 생산성이나 소득을 증대시키는 사업에서 벗어나 농촌이라는 지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일자리, 소득, 보건 및 의료, 위생 교육, 생활환경 등 종합적인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경제 운용 방식과 협동농장 경영 방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고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공급보다는 주민의 요구가 정책에 좀 더 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변화 중의 하나이다. 북한이 아직은 국제규법을 잘 지키고 있지 않지만, 점차 국제규범에 따라 행동하리라 예상한다. 따라서 농업협력 과정에서도 남북한 사이의 특수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규범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이러한 규범을 지켜나가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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