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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은 나라,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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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은 나라, 볼리비아


 

차원규 부연구위원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저자는 작년에 라파즈(Lapaz), 코차밤바(Cochabamba) 등 볼리비아 서부지역을 다녀 온 경험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거쳐, 브라질 상파울로를 거쳐, 비행시간만 장장 30여 시간, 중간에 수하물도 잃어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여행이 목적이었다면 고통스러운 비행시간도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겠지만, 연구와 관련된 출장이었다. 가는 고통 못지않게, 열흘 남짓 체류기간 동안 고산증에 시달렸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했던가. 힘들었던 기억보다 새로운 세상, 문화, 사람들이 더 많이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다. 수많은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우리나라 농업분야 ODA가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국가 중 하나가 볼리비아다. 연구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볼리비아 농업분야 국제개발협력의 전략수립이었다. 쉽게 말해서 볼리비아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나라가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볼리비아 농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파악하기 위해 볼리비아로 향했다. 모든 출장이 그렇듯, 저자도 나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볼리비아 농업부 공무원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농업 현장방문과 농업협동조합 인터뷰, WFP, FAO 등 국제기구와 농촌진흥청의 KOPIA센터 방문 등 여러모로 애썼다. 이러한 노력이 볼리비아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전략수립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는 농림업 분야 중점협력국별 국제개발협력 전략수립(2차년도): 볼리비아를 참고하기 바라고, 본고에서는 출장 당시 보고 느꼈던 몇몇 순간의 감회를 적어볼 생각이다.


볼리비아 다민족국(Plurinational State of Bolivia, 이하 볼리비아)은 남미대륙의 국가 중 유일한 내륙국으로, 동북쪽으로 브라질, 동남쪽으로 파라과이, 남쪽으로 아르헨티나, 서쪽으로 칠레, 북서쪽으로 페루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크게 서부의 고지대와 동부의 저지대로 구분된다. 서부의 고지대는 안데스(Andes) 산맥이 관통하고 이곳의 평균해발고도는 3,600m를 넘는다. 안데스 고원지대에 볼리비아의 행정수도인 라파즈(Lapaz)가 위치하고 있다.


라파즈의 해발 고도는 3,800m로 수도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라파즈의 도시는 산으로 둘러싸여 움푹 파인 U자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4,100m로 이곳에 라파즈에 발을 딛지 위한 가장 첫 관문인 공항이 위치하고 있다. 들은 얘기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인간은 해발 2,500m 이상부터 기압차이, 저산소로 인한 고산증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기 안의 기압도 2,500m 정도로 맞추는데, 라파즈 공항에 착륙을 하고 비행기 출입문을 열면, 해발 4,100m의 충격이 어지러움, 구토, 심하면 실신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로 약간의 어지러움만 느꼈는데, 함께한 동료의 말로는 출장 내내 입술이 파랬다고 한다.


높은 고도로 인해 도시의 구성이 빈부격차를 반영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U자 형태에서 가장 낮은 지역에는 부유한 사람들, 다국적 기업 주재원, 대사관, 국제기구 사무소 등이 밀집해 있고, 중간지역에는 관공서, 시장, 주거지역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취약계층과 빈민층의 거주지역으로 이루어진다. 돈 없으면 산소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외지인이 묵는 숙박시설, 호텔 등도 낮은 층이 먼저 예약이 차는 기이한 현상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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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지도 및 라파즈 시내 전경



도시 안에서만 해도 800m의 고도차이가 있다 보니, 대중교통도 특별하다.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버스, 택시 등도 당연히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수단은 우리에게는 관광용으로 익숙한 케이블카다. 독특한 이 대중교통의 이름은 ‘Mi Teleférico’, 즉 나의 케이블카란 뜻이다. 우리의 지하철 마냥 도시 전역에 8개의 노선이 얼기설기 얽혀져 있다. 환승도 가능하다. 현지인들에게는 그저 대중교통이지만, 저자와 같은 외지인에게는 도시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관광코스가 된다. 특히, 미텔레페리코는 라파즈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는데 좋다고 한다. 노선별로 즐길 수 있는 코스와 야경이 다른데, 아쉽게도 일정상 야경은 보지 못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이 해외출장을 갔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루틴(routine)이 있다. 바쁜 일정 가운데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은 무엇이 있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식으로 거래가 되는지 등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일정을 함께한 볼리비아 공무원에게 전통시장을 보고 싶다고 하니, 갈 수는 있으나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니, 특히 여행객과 외지인은 소매치기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어코 가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마지못해, 가더라도 반드시 자신의 옆에 붙어있으라고 부탁했다. 아래 왼쪽 사진에서 저자와 함께 동행한 연구진의 팔과 가방이 보인다. 소매치기를 방지하고자 시장을 돌아보는 내내 백팩(backpack)을 프론트백(frontpack)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 가방 안에는 출장경비, 조사 및 면담자료, 여권 등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철저한 보안과 사주경계를 바탕으로 별 탈 없이 무사히 출장일정을 마친 영광을 조선미 연구원에게 돌린다.


사실 그렇게 소매치기가 많거나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다.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서 더욱 조심하라는 뜻이었나 보다. 조선미 연구원에게 더욱 감사한 일이 있다. 볼리비아는 공용어가 가장 많은 나라로 무려 37개의 언어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통용되는 언어는 스페인어이다. 공식적인 일정 중에는 볼리비아 공무원의 통역이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나라다. 영어를 잘하는 조선미 연구원은 스페인어도 잘했다. 제로콜라를 선호하는 저자를 위해 ‘sin azúcar(without sugar)’를 몇 번이고 반복해 주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프론트백을 담고 있는 사진에서 전통복장을 한 여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인들의 전통의상은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페루, 볼리비아 등 남미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형형색색의 무늬와 길게 땋은 양 갈래 머리, 밀짚모자와 비슷한 챙 넓은 모자가 인상적이었다. 위 오른쪽 사진은 감자 협동조합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한 농가의 마당에서 베를 짜는 여인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재래식 베틀을 사용해 직물을 짜는 것은 우리나라가 산업화되기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TV나 사진으로만 접했다. 예쁜 옷을 만들어서 시장에 팔려고 베를 짠다는 여인의 말을 듣고 안타깝고도 정겨웠다.

 

볼리비아의 주식은 감자란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감자가 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있었다. 볼리비아의 밥상에는 감자튀김 또는 감자스튜 등 감자가 우리의 쌀밥처럼 매끼 올라온다. 한 끼에 먹는 감자튀김의 양도 엄청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시켰는데 사이드메뉴로 감자튀김이 한 쟁반 가득 나왔다. 식문화 얘기가 나온 김에 또 들은 얘기를 해보자면, 감자와 함께 아주 중요한 반찬이 콜라다. 이 나라 사람들에게 콜라는 우리의 김치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집에 콜라가 떨어지면 소박을 맞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무튼 감자는 볼리비아인들의 무한한 사랑의 식재료다.



볼리비아는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다양한 과제가 있다. 그 중에서도 농업용수의 부족, 토양 및 기후에 적합한 우량품종의 부재가 꼽힌다. 볼리비아는 아마존(Amazonian) 유역, 알티플라노(Altiplano) 유역, 리오(Río de la Plata) 유역을 포함한 대규모 하천 유역이 존재하여 수자원은 자체는 풍부한 편이지만 산악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전체 보유 수자원의 0.4%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감자를 포함한 재래종 농산물 또한 높은 고도, 일교차가 큰 기상상황 등으로 생산성이 좋지 못하다. 이에 볼리비아의 감자 생산성 향상 및 기아해소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부터 볼리비아의 씨감자 생산체계 구축 및 생산기술 전수 ODA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관개시설 지원을 통한 주식인 감자의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영농기술 및 기자재 지원을 통해 감자의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KOPIA센터 또한 볼리비아 농업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기후와 풍토에 적합하면서도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은 토마토, 감자 등 주요 농산물의 품질개량에 힘쓰고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고생하시는 분들에 비해, 잠깐의 출장으로 힘들어했던 저자는 미생(未生)이다.



▲ 농진청 · KOPIA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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