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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의 나라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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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의 나라 라오스


이미나 연구원(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라오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2014년도에 방영한 꽃보다 청춘이 아닐까 싶다. 방비엥의 블루라군, 루앙프라방의 슬리핑 버스, 쫄깃한 바게트 빵에 색색의 채소와 베이컨으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 생각만 해도 소확행이 저절로 떠오른다.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라오스에 방문한 한국인 수가 96,000명에서 2017170,57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였고 정부 및 민간 봉사단체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 등이 늘어나면서 현지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농업,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들이 라오스에서 실시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작년부터 ODA 사업 평가 기관으로 지정되어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실시된 프로젝트형 ODA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 올해 평가대상 사업으로 라오스 관개시설 설치사업이 선정되어 사업의 사후평가를 위해 지난 714일부터 57일 동안 라오스에 다녀왔다.

 

라오스는 동쪽 베트남, 서쪽 태국, 남쪽 캄보디아, 북서쪽 미얀마 등 5개국과 접경해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위치한 나라로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약 1.1(236,800)이다. 농업은 라오스의 경제기반으로 주로 쌀 농사 위주의 경작을 하고 있다. 농업 이외에도 수력, 산림자원, 석회석, 광물자원도 풍부하지만 생산기반이 취약해 거의 모든 공산품은 인근의 태국과 중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평가를 실시한 ODA 사업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라오스 시엥쿠앙주() 쿤 군에 위치한 두 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던 댐 건설 사업이다. 댐 건설을 통해 마을주민이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받고, 주민들의 농가 소득을 증대하는 것이 본 사업이 추진된 목적이다. 우리 평가 팀은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었는지, 라오스 정부와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지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 면담, 마을 주민 인터뷰, 설문조사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평가를 한다.


 


시엥쿠앙주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북동쪽으로 400Km 정도 떨어진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산지역이다. 차로 약 8시간, 비행기로 40분 정도 이동해야 갈 수 있다. 고산지대라 그런지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출장 중반쯤에는 마을주민들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ODA 사업으로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실제 현장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에 날씨도 좋아보였다.

 

당초 계획은 사업 수혜마을인 탐 마을과 호이 마을의 이장님만 인터뷰에 참여하기로 되었지만 마을회관에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두 마을 주민들 모두 한 자리에 나와 있었다. 주민들은 우리를 위해 트럭에 선풍기도 싣고 오고 더운 날씨에 물도 준비해주었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낡은 선풍기는 마치 오늘만을 위해서 준비한 선풍기 같아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20여명 쯤 되는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있는 것을 보니 뭔지 모를 묘한 긴장감이 일었다.



 


인터뷰는 초반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갈수록 주민들은 그동안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답답한 무언가를 꺼내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댐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는 호이 마을 주민들은 가뭄이 들면 물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고, 댐 건설 당시 수몰된 지역의 몇몇 농가는 아직도 보상을 받지 못해 생활터전을 잃었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 평가 팀이 마치 알라딘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 인 것처럼 소원을 다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어떤 심정인지 오롯이 전달되었다.



 

 

불과 면담 하루 전에 있었던 일이다. 호텔 샤워 부스에 뜨거운 물을 쓰려면 최소 20분 전에 물탱크 스위치를 “On” 으로 바꾸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스위치를 켜두고 한참이 지나 머리를 감으려는데 뜨거운 물을 사용한지 한 10분이 지났을까.. 뜨거운 물은 차치하고 찬물도 안 나오기 시작했다. 샴푸를 머리에 한껏 바른 상태였는데 말이다. 어제의 일이 불현 듯 떠오르며 이러한 상황이 마을 주민에게는 생활이고, 이런 환경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사업 전에 천수답으로 농사를 짓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지만 상황이 개선되어도 문제는 늘 상존한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직면한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자발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된다. 모두가 혜택의 불균형 없이 동일한 수혜를 얻기 위해서는 라오스 정부, 수혜 주민, 공여국이 사업 구상 때부터 한 테이블에서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비록 지루하고 진부할지라도. 상투적인 테이블에서 공여국, 수여국 모두 서로의 핵심 역량을 주도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주민의 요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부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있는지,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혜택을 얻을 것인지 서로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오스는 2012년 지방분권화를 위한 지역개발정책으로 삼상정책(Three-build Directive)’을 제정했다. 삼상정책은 주정부(Province), 군정부(District), 마을(Village) 단위로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이행에 대한 권한은 중앙부처에서 지역단위로 이양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자립역량 강화, 농촌개발능력 향상, 농촌주민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주 정부는 기본적인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군정부는 주정부의 전략에 따른 실행계획과 예산 확보하며 마을은 실행계획의 집행을 담당한다.


 


평가 시에도 삼상정책에 따라 수혜지역 주민들이 물 관리 조직을 구성하여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고, 군과 주정부는 예산계획과 마을 관리에 힘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ODA 사업처럼 라오스의 삼상정책 또한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작이다. 요즘에는 우아하게 원조로 잘 디자인된 지원보다는 원조와 수출을 결합한 복합사업과 수혜국 주민들이 일정액을 사업에 투자하여 사업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지금의 우리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세상을 위해 모두가 책임감있는 소명의식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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