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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여건] 아이와 함께 농촌 정착 ‘제비둥지’…폐교 위기 괴산 농촌학교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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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몰렸던 농촌 초등학교가 주택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도시 학생들을 불러들이며 기사회생했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마을에 있는 백봉초등학교는 2016년 9월 충북도교육청의 통폐합 대상 학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76년 전통을 자랑하며 1970년대 전교생이 1000여명에 달했지만 이농과 농촌 고령화로 학생 수가 급감하는 농촌 학교의 현실을 비켜 가지 못했다.

2017년 이 학교 학생 수는 초등학생 17명, 병설 유치원생 2명에 불과했다. 5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이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이 한 해 3∼4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아예 이 학교 입학생이나 졸업생이 전무해 폐교 조치는 불가피한 듯했다.

배움의 터일 뿐 아니라 마을의 문화거점 역할을 했던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학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2015년 정부의 ‘창조적 마을 바꾸기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돼 42억원의 사업비를 받은 주민들은 7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2월 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연립주택을 지었다.

‘행복나눔 제비 둥지’로 명명한 이 연립주택은 자녀를 백봉초에 전학시키는 도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주거 공간이다.

가구당 전용면적 60㎡ 규모의 이 연립주택은 별도의 임대료 없이 관리비 5만원만 내면 초등학생 자녀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다.

주민들조차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전국에서 20여 가구가 자녀를 백봉초에 전학시키겠다고 신청했다. ‘제비 둥지’ 6가구에 입주하는 부모를 따라 전국에서 전학을 오면서 지난해 백봉초는 초등학생 26명, 유치원생 8명으로 늘었다.

주민들의 노력에 자극받은 괴산군도 9억3000만원을 들여 올해 초 6가구 규모의 두 번째 제비 둥지를 짓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전국에서 신청이 쇄도해 100여가구가 몰렸다.

선착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백봉초에 다닐 자녀가 많은 가구 위주로 입주자를 뽑았다.

서울, 경남 등 전국에서 자녀를 데리고 이주한 도시민들 덕분에 올해 백봉초 학생 수는 초등생 37명, 유치원생 15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생들은 바이올린, 피아노, 난타, 원어민 영어 교육 등 방과후활동과 스키 캠프, 승마 등 체험활동은 물론 수학여행까지 모두 무료로 즐긴다.


세계일보 윤교근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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