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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일자리] 사회적 농업 성공 사례 ‘사랑그린’…B급 딸기 제품화·장애인 고용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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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농업 성공 사례 ‘사랑그린’…B급 딸기 제품화·장애인 고용 ‘일석이조’


2020-01-13

경남 진주시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수곡(水谷)면.


‘물이 많은 골짜기’라는 이름처럼 지리산 사이로 흘러내린 강줄기가 이곳을 굽이굽이 돌아 진양호에 이른다. 워낙 물이 많아 산꼭대기에 우물을 파도 물이 철철 넘친다고 할 만큼 비옥한 곳이다.


사시사철 지하수를 끌어다 쓸 수 있어 자연스럽게 비닐하우스 재배가 발달했다. 진주시는 국내 딸기 73%를 재배하는데 수곡면은 진주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1200가구 중 절반이 딸기 농사를 지으며 산다. 이곳 매향 딸기는 육질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전량 해외로 수출된다. 2018년 전국 최초로 연간 딸기 수출 1000만달러(약 119억원)를 달성하기도 했다.


딸기 품질관리가 엄격한 곳이라 조금이라도 크기가 작고 울퉁불퉁하거나 생채기 난 딸기는 그냥 버려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 같은 B급 딸기를 판매해주는 곳이 생겼다.

2019년 10월 문을 연 사회복지법인 ‘사랑그린’이다. 사랑그린은 농산물 직거래 판매처로 지역 잉여 농산물을 이용해 과일 칩과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판매한다.


버려질 딸기를 판매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또 하나의 특이점이 있다. 20여명 직원 가운데 절반이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장애인 직원들은 주민과 함께 과일 칩을 만들고, 또 공장에 마련된 카페에서 주민에게 차 한잔 내놓으며 함께 어울린다.


‘사랑그린숲’이라는 이름의 상생 공간을 만드는 마중물을 댄 것은 한국남동발전. 2018년부터 한국남동발전이 지역 사회 동행을 목적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5억원을 지원했다. 사회적 농업으로 지역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만든 김시안 사랑그린 대표는 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다. 김 대표가 수곡면까지 내려온 사연이 있다. 그가 살던 진주시내에서는 자녀가 장애인학교를 졸업해도 직장을 얻기 힘들었다. 장애인 시설이 있지만 중증장애인에게는 이마저도 닫혀 있었다. 김 대표는 지인들과 시내 인근에 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무릎까지 꿇었지만 허사였다.


이때 구세주로 다가온 곳이 수곡면이다. 김 대표는 “펜션처럼 예쁘게 지어 장애인들과 함께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수곡면 주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시설이라고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모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낸 비즈니스 모델이 잉여 농산물 가공 판매였다. 한국남동발전은 농촌과 장애인 상생이라는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랑그린 23명 직원 가운데 장애인은 10명. 이들은 과일을 손질해 가공품을 만들기도 하고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팔기도 한다. 함께 딸린 작은 카페에서 음료를 만들고 서빙하는 일 역시 그들의 몫이다. 직원 가운데 6명의 재활 전문인력이 이들에게 칼 사용법부터 과일 세척, 포장, 고객 응대 등을 가르쳐준다.


사랑그린은 수곡면뿐 아니라 산청, 하동, 합천 등 인근 지역 농민으로부터 B급 잉여 농산물을 사들인다. 농촌과의 상생을 위해 저렴하게라도 값을 꼭 지불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수곡면 주민이 나이가 들어 일손이 부족한 경우 직접 딸기밭에서 따 오기도 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농산물을 장애인 기업이 값을 쳐주고 사 가는 것이라 그야말로 ‘윈윈 모델’이라고 평가받는다.


김시안 대표는 “2020년 매출 2억5000만원을 달성하면 직원을 40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시작 단계지만 장애인과 지역민이 함께 발전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 모델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매경이코노미 제 2041호 명순영 기자 ms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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